
□ 출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행 : 이호상 기자
▷이호상 : 전국 곳곳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죠. ‘여행 스케치’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님 나와계십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이호상 : 작가님 오늘은 지난주에 울산 까마귀 이야기를 하다가 중단이 됐었는데. 그 이야기 마저 할까요?
▶김선권 : 네,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의 삼호지구에 서식하고 있는 까마귀에 관해 이야기를 했었죠. 지난주에 청취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간단히 정리해 드리자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지정된 태화강 국가정원의 십리대나무숲, 억새군락지 그리고 떼까마귀들의 보금자리인 삼호대숲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떼까마귀들의 보금자리인 삼호대숲은 “도시, 새들에게 공존을 청하다.”라는 인상적인 캐치프레이즈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아침 일찍 먹이활동을 하러 삼호대숲을 떠났던 까마귀들이 해 질 무렵 보금자리로 돌아오면서 보여주는 군무는 장관이란 말로도 부족한 풍경입니다. 그 광경에 매료되어 다음 달 음력 보름쯤에 다시 가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보름달과 어우러진 까마귀의 비행은 어떨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호상 : 보름달과 까마귀. 사실 까마귀가 우리나라에서는 기피하는. 흉조까진 아닙니다만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요.
▶김선권 : 그런데 그 이미지가 조금 잘못 된거라고 하더라고요.
▷이호상 : 다른 나라에서는 좀 길조로 알려져있죠.
▶김선권 : 그리고 실제로 고구려의 국조가 삼족오라고 까마귀였지 않습니까.
▷이호상 : 아무튼 까마귀와 보름달.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좀 어색할 것 같기도 하고요.
▶김선권 : 저도 그 생각에 가보려고 생각중입니다. 까마귀 떼의 군무가 끝나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됩니다. 그런데 그 길은 올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올 때는 낮이었고 밤에 가는거잖아요? 십리대숲 태화지구에 들어서면 일명 은하수길이란 곳이 나옵니다. 그냥 평범한 대나무 숲길이었던 은하수길은 밤이 되면 조명이 들어와서 화려하게 변신합니다. 빼곡히 들어선 대나무숲이 색색 레이저 불빛으로 장식되어 대나무 가지에 별이 걸린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이호상 : 별이 대나무 숲에 걸렸다. 정말 멋질 것 같은데. 그런데 그만큼 시골 지역이어서 별도 많이 보이겠네요.
▶김선권 : 그런데 울산이 광역시라서 시골은 아니죠.
▷이호상 : 그런 부분도 또 있겠네요.

▶김선권 : 이제 울산의 또 다른 명소 장생포 문화창고로 가보겠습니다.
▷이호상 : 장생포 문화창고. 창고라고 하신거잖아요 지금.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된 옛 연초창이 생각납니다. 예전에 창고로 쓰이던 곳이 문화시설로 변모한 청주 국립미술관과 비슷한 변신을 한 곳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김선권 : 정확합니다. 장생포 문화창고는 오래전 장생포에서 포경업이 성행하던 시절에 고래 고기 보관용 냉동창고와 물류창고로 쓰이던 곳입니다. 창고를 운영하던 기업의 기부채납으로 수명을 다한 냉동창고가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공간입니다. 이 냉동창고는 시민들의 투표를 통해 장생포라는 지역명을 살리고 새로운 문화의 보물창고라는 의미를 더해 장생포 문화창고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6층 건물인데 1층부터 옥상까지 특색있는 공간으로 꾸며놓았습니다. 모든 층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통창문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멋진 풍경이 맞이해줍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호상 : 그렇겠네요. 규모는 1층부터 6층까지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건물 한 동입니까?
▶김선권 : 네. 건물 한 동입니다.
▷이호상 :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통창 너머로 바다가 보이면 정말로 기분이 좋아질 듯합니다. 그런데 장생포 문화창고 안에는 어떤 문화시설이 있는지요?
▶김선권 : 울산광역시 남구에서 운영하고 있는건데요. 6층은 북카페 지관서가와 소극장W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소극장에서는 다양한 문화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북카페는 전면 통창으로 되어 있어 마치 장생포항이 북카페 안으로 들어온 듯한 멋진 뷰를 가진 공간입니다. 바다 전망에 차 한잔하면서 우아하게 책장을 넘기는 문화생활이 가능합니다. 옥상은 별빛마당이라고 부르는데 올라서면 멋진 바다 풍경과 시원한 바람이 반겨줍니다.
▷이호상 : 이런 항구에 문화시설이 있다는게 개인적으로 어색한 것 같으면서도 멋스러우면서도. 잘 매치가 안 되는 것 같기도 한데. 또 별빛마당이라고 하는 거 보니 밤늦게까지 개방하나 봅니다. 혹시 작가님 가보셨습니까?
▶김선권 : 가보긴했는데요. 북카페와 연동해서 운영하는데, 북카페의 운영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라고 합니다. 저는 까마귀를 보러 가느라고 밤까지 있지는 않았는데, 별빛이 잘 보일만 한 환경은 아닙니다. 주변이 중공업 단지인데 그곳에 불이 켜지만 야경이 멋질 것이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아마도 주변 공단의 불빛을 별로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3층과 4층에는 갤러리가 자리하고 있는데, 갤러리에서는 2달 정도의 간격으로 다양한 주제의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장생포의 옛 마을 모습을 닥종이 인형으로 표현한 닥종이 인형 공예전과 울산의 미술학원에 다니는 원아들의 작품을 전시한 미래작가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2층과 3층에는 테마공간이 있는데 고래의 고장 장생포답게 고래들이 가득한 조형물들과 작품들이 전시된 멋진 포토존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만한 작은 공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고래작품은 실제 고래만큼 큽니다. 또 테마공간에서는 갤러리와 마찬가지로 초대작가전시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이호상 : 장생포항. 고래. 까마귀. 문화. 테마가 어울려지는 것 같으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네요.
▶김선권 : 네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죠.
▷이호상 : 그러게요. 전국적으로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좋아할 만한 공간이네요.
▶김선권 : 네 그렇습니다. 울산시민이 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층의 건물 안에 두 곳의 테마공간 두 곳의 갤러리, 소극장, 공유작업실, 공연연습실, 북카페까지 있다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소극장은 코로나의 여파로 공연이 잠정 중단된 상태였지만 대충 보기만 해도 훌륭한 공연장이었습니다.
▷이호상 : 그렇겠네요. 하루코스로 장생포항 가서 구경하고 고래고기도 맛도 보고. 까마귀 장관도 보고. 저녁에는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는 시간 가졌으며 좋겠네요. 정말 힐링의 시간이 아닐까 싶은데. 마지막으로 작가님 지난주엔 고래 고기를 소개해주셨는데 오늘은 어떤 음식을 소개해 주실 건가요?

▶김선권 : 장생포 문화창고 1층에 푸드코트가 있어 이곳에서 식사까지도 해결할 수도 있지만, 고래 고기와 더불어 울산을 대표하는 음식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할 수 있는 언양불고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국물과 함께 자작자작하게 끓여서 먹는 불고기와는 달리 흔히 바싹불고기라고도 불리는 언양불고기는 쇠고기를 얇게 썰어 석쇠에 구워서 먹는 불고기입니다. 원래는 반구대 암각화로 유명한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에서 시작된 음식으로 지금은 울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해져서 어디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이왕이면 울산에서 원조의 맛을 느껴보심도 좋을 듯합니다.
▷이호상 : 언양불고기. 저는 못 먹어봤습니다만 TV에서 많이 봐서요. 작가님 오늘 말씀 고맙고요. 다음 주에 또 더 멋진 곳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선권 : 네 감사합니다.
▷이호상 : 지금까지 여행스케치 김선권 작가였고요.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장생포 가봤습니다. 고래고기 이야기도 해보고, 까마귀 이야기도 해보고. 또 문화공간 이야기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