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LEASE
기사 원본 - https://www.khan.co.kr/local/Ulsan/article/202109021429001
울산 남구 장생포항은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가 상업포경을 금지하기 이전까지 국내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유명했다. 고래뿐 아니라 고등어·꽁치 같은 일반 생선도 널리 유통되면서 수산물 보관과 얼음 공급을 위한 대형 냉동창고도 장생포항에서 운영됐다. 하지만 장생포항의 어업이 쇠퇴하면서 1973년부터 운영돼던 냉동창고는 2010년을 전후해 가동을 멈췄고, 이후 줄곧 방치돼왔다.
냉동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계획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울산 남구는 냉동창고를 사들여 지난 6월 말 ‘장생포문화창고(문화창고)’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옛 냉동창고를 개조해 지난 6월말 문을 연 울산 남구 장생포문화창고
비가 내린 지난 1일 찾은 장생포항에는 항해를 멈춘 크고 작은 선박들이 가득했다. 문화창고는 항만 부두 바로 옆 7층 짜리 건물(6270여㎡)에 조성됐다. 창고 안으로 들어서자 유리창 너머로 장생포항이 훤하게 보였다. 관람객 김모씨(38)는 “건물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 너무 인상적이다. 아기자기한 쉼터도 많아 여유롭게 전시공연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문화창고는 울산고래문화재단이 위탁운영 중이다. 1층은 젊은이들을 위한 활동무대인 ‘청춘마당’이, 2층은 창작·체험 공간과 함께 1962년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이 들어섰다. 3층은 테마전시 공간이다. 이 곳에서는 지난달 28일부터 11월2일까지 울산 출신 김경한 작가의 ‘색에 반하다’ 특별전이 열려 대형 회화 작품 20여점을 선보이는 중이다. 4층은 공공미술 제작 및 전시를 위한 시민창의광장으로 조성됐다. 유아 예술창작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장생포문화창고 방문객이 지난 1일 오후 4층에 마련된 입체 고래벽화를 감상하고 있다.
시민창의광장 한쪽에 마련된 입체적인 고래벽화도 눈길을 끈다. 시민 박모씨(40)는 “다양한 고래들이 마치 벽면에서 툭 튀어나와 물 속을 헤엄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예술문화인들의 소규모 강의와 토론을 위한 공유작업실과 각종 소설·수필·시집을 구비한 북카페도 각각 5·6층에 들어섰다. 6층에는 소극장도 마련돼 매주 두 차례 독립예술영화 또는 일반영화를 무료 상영한다.
문화창고는 옛 냉동창고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과거의 흔적을 최대한 살려 실내공간을 꾸몄다. 전시장 출입문은 구형 냉동실 철제 미닫이문으로 설치했으며 어업 노동자들이 수산물을 짊어지고 건물내 각 층을 오르내리던 낡은 콘크리트 계단도 그대로 보존했다. 문화창고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개관 두 달 만에 방문객이 1만명을 넘었다.
장생포문화창고를 방문한 한 시민이 지난 1일 2층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의 ‘공업탑’ 모형과 당시 기념영상을 감상하고 있다
문화창고가 문을 열 때까지 진통도 적지 않았다. 건물 매입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을 빚기도 했으며 사업과정에서 단체장(구청장)이 교체돼 문화공간 조성방법 등을 놓고도 여러 의견이 엇갈렸다. 문화창고가 정식으로 문을 열때까지 5년이나 걸렸던 것은 이 때문이다. 장영식 고래문화재단 문화진흥팀장은 “올해 연말까지 일과 생활의 양립문화 정착을 위한 창작뮤지컬을 비롯해 사진전, 연극제, 예술체험, 유명작가 특별전 같은 행사를 잇따라 열어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장생포문화창고 방문객이 지난 1일 창고내 3층 테마전시실에서 선보인 회화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장생포문화창고 방문객이 지난 1일 6층 북카페에 진열된 책을 읽고 있다.
2021.09.02.14:29 백승목 기자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