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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튜디오131 대관전시 이유주혜 - in the grid展

  • 작성자 문**
  • 작성일 2025-02-08
  • 조회수 192
  • 분류 전시

이유주혜(본명 이주혜)

 

학력

 2009년 FIT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졸업, Illustration 전공, (The Degree of Master of Arts)

 2000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Fine Art 전공, (미술학사)

 

개인전

 2019년, Strong Fingers; 손따라 손뜨개, cafe Nuiege, 서울

 2020년, 무중산책: Walking in the Fog, 돈의문 박물관마을 내 아무개씨의 박물관, 서울

 

단체전

 2022년, 2022 KOREA FIBER ART BIENNAKE_'탄생에서 죽음까지' 참여, 수원시립 아트스페이스 광교, 수원

 2022년, *WTA X *KFAF : Salon 25. Korea. 25WTA참여, 복합문화공간 행궁재 갤러리, 수원

 

*WTA(World Textile Art)

*KFAF(Korea Fiber Art Form)

 

작가노트

<들어가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이 태초에 하나의 빅뱅운동에서 시작되었다는 과학적 지식은 언제 들어도 놀랍고 신기하다. 놀랍고 신기한만큼 이해하기 어렵고 막연하다. 어제의 내가 숨을 쉬고 내뱉은 공기 속에 들어있던 임의의 한 원소가 내 허파 속에 들어왔을 때 우연히 내장 벽에 붙어 있던 아주 작은 물질조각을 만나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가 오늘 아침 마당의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 속에서 녹아 해체된다면 풀잎 위의 이슬방울과 나는 얼마나 닮은 것인가, 전혀 다른 것인가?

이처럼 세상 무수한 물질들이 저마다의 연결성을 가지며 결합되어 있다니, 내 옆에 놓인 연필 한자루와 빈 과자 봉지 하나가 예사롭게 여겨지지 않는다. 나는 '결코' 나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라니 너무 방대하다. 너무나 많은 무수한 존재들 속에서 끝도 없는 멀미를 느끼고 오히려 더욱 고독하다. 또다시, 저 놀랍고 신기한 과학적 지식은 어렵고 막연하게만 여겨질 뿐 위로가 되지 않는다.

위로 받고 싶다. 때마다 흔들리고 외로워지는 마음을 달래고 싶다. 임의의 한 점을 찍어 선을 긋고 이어서 면을 만들고 색을 입히고 조합하는 과정에서 따로 떠돌던 무의미한 존재들이 모여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싶다.

 

<우리도 한때 아름다웠던 적 있었다오>

버려지는 작은 것들을 주목한다.

원래는 다 쓰임이 있어서 만들어지고 선택되었던 어여뻤던 물건들. 편물을 짜고 남은 색색의 자투리 실뭉치들.

불특정 소비자들의 눈길을 한번이라도 더 끌기 위해 생산 되어진 수많은 상품의 포장지들.

비닐 포장지 위에 인쇄 되었던 화려한 이미지나 텍스트들은 부서지고 잘라져서 불규칙한 색상 파편들로 해체된다.

찌그러진 사각형이나 길죽한 삼각형 모양의 조각들을 겹치고 덧대어 꿰매다 보면 처음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뜻밖의 색면 조합들이 만들어진다. 뜨거운 다리미로 눌러져 쪼그라들어버린 비닐들은 마치 두꺼운 물감으로 겹칠한 듯 다양한 표면의 질감을 만들며 이쪽 저쪽으로 나열된다.

 

<바늘과 실>

어느 집 서랍에서나 있을 법한 바늘과 실은 평범하지만 매우 유용한 도구로서 특별한 배움 없이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봉지에서 잘라져 모아진 비닐조각들을 한번에 한 땀 씩 떠가며 반박음질을 하다 보면 떠듬떠듬 이어진 바느질 선들이 불확실한 점선처럼 화면 위를 가로지르며 희미한 그림을 그린다. 따로 떨어진 불안정한 조각들이 반복되는 바늘땀으로 느리지만 단단한 결속을 이루며 연결된다.

우연히 찍혀진 하나의 점처럼 사소한 조각들과 바늘땀들이 이리저리 서로 얽혀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관계는 또 하나의 세상이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좌표>

화면 위에 무작위로 놓여지고 꿰어져 이어지지만 각각의 요소들은 사실 저마다의 자리가 있다. 다만 처음부터 어디에 그 자리가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뿐이다. 텅 비어진 좌표 위에 미미했던 처음의 디딤은 다음 번의 뜀박질로 이어지며 좀 더 확고해 진다. 그 다음의 행로를 찾기 위해 또 다른 점을 이어 선을 긋는다.

 

<개인전을 기획하며>

2020년에 시작했던 비닐 포장지를 이용한 프로젝트(비닐프로젝트: 우리도 한때 아름다웠던 적이 있었다오)를 중심으로 한동안 진행했던 작업들과 미발표했던 기존 작업들을 꺼내어 정리하며 그동안 내가 지나왔던 길이 어떤 모습으로 이어져 왔는지 돌아보고 싶다. 또한 지금 서 있는 이 지점에서 나는 다시 어느 좌표로 자리를 옮겨갈지 궁금하다. 이번 전시가 나의 다음 행로를 결정하는데 단단한 디딤돌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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